Skip to content

  • blog

소설가의 일

조회 수 1487 추천 수 0 2015.08.29 23:06:54

소설가의일.JPG




# 일오 반의 기억


이틀에 한번 꼴로 새벽 1~2시쯤 산책을 나갔다. 

쨍쨍한 여름인 날도 있었고, 올 해도 마른 장마구나 하던 습한 날도 있었고, 

폐를 찌를듯한 날이 선 바람에 가을이 오는구나 하던 날도 있었다. 

유난히 길에서 자는 사람이 많아 거나하게 술 마시기 좋은 날들이었나보다 했다.


낮의 풍경은 어땠나.

해질녘의 옅은 빛에도 눈이 시려 멍하게 녹음실로 가던 기억과

가끔 평양냉면 먹으러 외출하던 장면이 남아있다.


작업의 결과물이란 것이 내겐 늘 '완성'의 느낌보다 '멈춤'의 느낌이라,

마감직전엔 늘 같은 생각을 했다. 


'한 수만 뒤로 무를 순 없을까' 


아마 '완성'된 수준의 결과물을 낼려면 10년은 더 걸리겠지.

둥지를 벗어나 씬에 들어오기까지 딱 그만큼 걸렸듯이.


그래서일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힘들었고, 왜 힘들지 하는 생각에 또 힘들었다. 

그래서 위염이 걸렸고, 

모처럼 찾아온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본죽을 맛있게 먹었다. 


삼계죽과 전복죽에도 힘이 나지 않아 지쳐가던 날 위해 

광고PD님이 봄이 뮤직비디오가 보름여만에 조회수가 100만을 넘었다고. 반응이 폭발적이라며 화이팅하라고 얘기 해주셨다.


100만이라. 싸이가 1억뷰?를 돌파한 걸 목격해서인지 정말 봄이처럼 하룻강아지 카운트 처럼 느껴졌다. 

하긴, 나도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애송이 뮤지션인데 뭐.  

죽을 많이 먹어 배가 불렀나보다.


튼, 더위와 관계없는 몸의 피로와 거대한 숫자의 격려속에 6월부터 시작했던 그 작업들이 다 끝이 났다. 

광고음악 2편과  R&B 힙합 음악하는 팀의 앨범 2곡 작업까지 총 4편의 크레딧을 만들어냈다.

수고했다. 오구오구.





# 소설가의 일


스르륵.

순간 기습적으로 일어난 일이라 그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얼어붙었다. 

술에, 무거운 고개에 차마 이기지 못한 그녀는 결국 옆에 있던 그의 등에 기대 잠이 들고 말았다. 


마치 이러려고 옆에 앉은 것 처럼 보일까봐 그녀의 친구들 눈을 피해 태연하게 듣던 얘기를 다시 듣는다. 

아니, 척을 한다. 

분명 어색한 연기였을테지만 다들 술 기운에 그 온도를 감지하지 못했으리라.


그녀가 놓은 지뢰로부터 그의 등은 진돗개 하나 발령을 내렸고 무척이나 긴박했다. 

포탄의 소리가 컸던지 귀가 멍멍해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는 들리지 않았고, 머릿속은 이미 멜로 필름이 주르르 돌아가고 있었다.  

벌써 기념일 선물을 고르고 있으려나. 


얼마나 지났을까. 그의 왼쪽 어깨 아래로 ‘슈~’ 하며 따쓰한 입김이 전해진다. 

TV에서는 3일 째 남북회담 뉴스가 계속 되고 있는데, 그의 땅에선 순식간에 평화와 화해무드가 조성이 된다. 

이젠 저 푸른 초원 위에 같이 살 집을 골라야겠지.


무표정으로 혼신의 연기중인 얼굴과 달리, 마치 회담을 마무리 하듯 손을 내밀며 마음이 씨익 웃어 보인다. 

척박했던 휴전선 사이로 생명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슈~’


바쁘고 부산하다.

무릇 통일이 되면 이럴까. 

낯설었던 세상 모든 것에 호흡을 불어넣고 고개를 드니 숨이 가빠온다.


두 사람의 두 호흡 사이에서 그는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그토록 기다려온 봄인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9 2월 김은태 2018-02-02
18 목요일 밤 김은태 2018-01-12
17 레몬 김은태 2017-06-09
16 속초 김은태 2016-07-18
15 0.5 preview 김은태 2016-06-22
14 파이터 김은태 2016-04-07
13 봄입니까 김은태 2016-03-26
12 위로가 되는 것들 김은태 2016-01-27
11 간결하게 사는 법 김은태 2016-01-03
10 종로에서 김은태 2015-12-30
9 09301001 김은태 2015-10-01
» 소설가의 일 김은태 2015-08-29
7 Bye feb 김은태 2015-02-28
6 23:00 김은태 2015-02-02
5 또 하나의 밤 김은태 2014-12-31
4 哀 悼 김은태 2014-10-29
3 축제의 끝 김은태 2014-10-22
2 동행 김은태 2014-10-01
1 가을모기 김은태 2014-09-24

Copyright ⓒ 2013 By Aiden. All right reserved.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