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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1001

조회 수 1385 추천 수 0 2015.10.01 03:43:48



# 9월 30일 PM 23:40 을 보내고


비가 정말 곱게도 내리는 가을 밤이다. 

오늘 하루종일 검색어 1위가 싸이월드여서 왜일까 싶었는데

하루가 끝나기 직전에 서비스 일부를 종료한다는 골자의 뉴스를 보게 되었다.

내게도 그 공간안에서 허우적대던 많은 시간이 있었기에, 급히 데이터를 백업하였다.


서비스가 종료되지 않았으면 받지 못했을 선물 덕분에 

고요한 빗소리 속에서 빛나던 시절들을 펼쳐본다.




# 10월 1일 AM 2:05 을 지나며


잊고 지냈던 반가운 이름들. 

다들 안녕히 잘 지내는지.. 


나를 감싼 모든 도구는 그 어디라도 1초만에 닿을수 있게 스마트해졌는데,

정작 내게 그 1초의 마음이 없었구나.


너무나 당연했던 시간들은 이젠 꼭 그런 것만은 아니게 되어 

기억속에만 있는 이들에게 안부를 건네었다.


쓸 수도 있었지만 굳이 전류를 쓰진 않았다. 

살결을 맞댈 날이 있겠지. 포옹 아님 악수라도 진하게.


가끔 그리워하며 살다보면 한번쯤은 만날 수 있지 않을까?

1등이 아닐 줄 뻔히 알면서 사게되는 복권에 거는 기대처럼 살다보면.


내 탓에 모두 멀어지게 되었지만

보고싶어요. 기억속의 모두들.




# 10월 1일 AM 2:42 을 보면서


년도별로 많은 글 들이 있었지만 끝내 다 보지 못하고 꺼버렸다.

정말이지 어떡하면 좋을까 싶을 정도로 부끄러워서.


왜 그런 말들을 했을까,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촌스럽고 건방지고 오만했던 날들이 왜 그리 많았을까. 


내 탓이 아니었던 일들도 결국 다 내 탓이었다.

이 작금의 감정잔해들은 모두 나에게서 비롯된 일들이었다.

어떻게 살아야 부끄럽지 않게 살 수 있을까.


상대의 넓은 아량으로 가까스로 유지된 몇 안 되는 나의 주변인들에겐 앞으로 더 분발하겠으며!

비록 이젠 잠시 조금 멀어진 이들.. 정말 고마웠고 미안한 일들이 많았습니다. 

언젠가 만나면 꼭 맛있는 식사 살게요. 




# 10월 1일 AM 2:56 을 보면서


창 밖의 비가 좀 더 세차게 내린다. 자동차 바퀴가 가르는 물살도 들리는걸 보면 확실히 그렇다.

문득 그런 대화를 나눈 기억이 떠오른다.


'갑자기 비가 많이 내리는 밤이 찾아오면, 택시를 타고 광화문에서 급히 만나 편의점에서 와인을 두 병 산 뒤, 

세종문화회관 지붕 밑에 쭈그려 앉아 각자 긴 빨대를 병에 꽃고 와인을 마시며 빗소릴 듣고 싶어. 이 쓸데없는 짓이 내 로망중 하나야.'


내가 그 얘기를 한 건 기억이 나는데 누구에게 건넨 대화인지는 도통 기억이 나질 않는다.

끽해야 10년도 채 안된 이야기인데 왜 떠오르지 않을까

아직도 실현을 하지 않고 있은걸 보면 그 사건에 동조해줄 이는 아니었던 것 같긴 한데.. 

왜 벌써 많은 것들이 희미해지는걸까. 속상하게.




# 10월 1일 AM 3:12을 보면서


새벽에 - 빗소리에 - 싸이에 - 그 많은 흔적 확인사살 까지. 

분명 제정신일 수 없는 완벽한 조건이다.


그런 의미에서 연애를 좀 더 했어야 했나 싶다.

귀한 청춘의 날들에 스스로 형벌처럼 내린 긴 공백기간은 너무 엄격했다 싶다.

더 망가지고 막 낭비했어야 했는데..

그게 아니라면 더 깊이 오래오래 사랑했어야 했는데.. 


그 시절엔 보이지 않던 숨겨진 마음들을 보고 나니, 

지나가버린 연애의 흔적들을 보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든다.


아끼다 X된 청춘에게 미안.




# 10월 1일 AM 3:18을 끝으로

어렵게 시간을 건너오게 되었는데 아쉽게도 이렇게 종료되었다.

결국 새로운 현실의 섬에서 다시 세상을 기록해야한다.


요즘은 그런 기록이라면 모조리 음악으로 담아 내고 싶지만

오늘 같은 이런 밤이면 잡글이어도 괜찮을 것 같다. 


훗날 또 창피한 오늘이 될 수 있는 같은 실수의 반복이어도

그래도 꾸역꾸역 담아본다. 


감정 다이어트에도 

오롯이 먹어치우는 것 보단 이렇게 남기는게 좋으니까.


에~ 끝으로.

아니다. 진짜 끝.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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