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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가 되는 것들

조회 수 1527 추천 수 0 2016.01.27 06:2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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뻑뻑하다. 닭가슴살도 그렇지만 세상이 더 그러하다. 틈틈히 읽는 신문 칼럼의 글에서도, 간간히 읽는 SNS에서도 온통 퍽퍽(fxxk)한 얘기로 가득이다. “사장님~ 여기 가득이여!” 하고 편히 외치던 오토기어에서 과감히 비용절감을 해낸 수동기어 모드인 셀프주유소. 허나 오늘의 뉴스에는 ‘셀프주유소-소비자의 갑질사태’ 와 같은 귀여운 이들의 추악한 단상이 묻어있다. 가성비만 따지지, 인성비는 따지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비스티보이즈 엔딩씬 대사가 떠오른다. "뭐 달달한 거 없나? 여긴 왜 이렇게 퍽퍽하냐"


오늘의 개인적인 뉴스도 유사했다. 유난히 푸석푸석한 머리도 그랬고, 조물주 위에 있다는 건물주와의 작은 마찰도 그랬고, 너무 건조한 도시 풍경도, 이 기분을 달래줄 유일한 녀석인 와인조차 말썽인 그런 날이었다. 작업하기엔 너무 마음이 심란해 쟁여둔 와인을 꺼내들었다. 허나 차가운 실내온도에 코르크가 깨져 있었다. 가루가 되어가는 애를 붙잡고 힘겨운 사투를 벌인 끝에 ‘펑’하는 소리를 들었고 그제서야 비로소 안도감을 느꼈다. 희망은 있구나. 이마저 허락되지 않았으면 정말 많이 힘들었을 것이야 하며. 그런 날이었다 오늘은. 늘 좋을수만 있겠는가? 위로가 되는 것들을 찾아본다. 쭉 들이키면서.





친구들 얼굴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역시 사람만한게 없지. 늘 바쁘다며 연락도 잘 못하고 약속도 차일피일 미루는 못난 나지만, 그래도 염치없게 그리워해본다. 이 야심한 새벽에도 콜 한번에 달려와 동이 틀때까지 술잔을 기울이던 벗들이 있었는데 이젠 영위할 수 없는 꿈 같은 이야기에 불과하다. 이 진한 그리움이 동력이 될 수도 있지만 오늘은 그 것만으로 위로가 되기엔 부족하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오겠지만 달라지는 건 없는 그런.  


음악을 틀어본다. 아껴놨던 트랙들을 걸어야지. 역시 음악만한게 없네. 이럴 때 보면 음악은 제일 효과 빠른 진통제 같다. 그 중 랜덤으로 소개를 하자면 ‘Pick Yourself Up - Bill Charlap,Tony Bennett’ 와 ‘December In Seoul - Kazumi Tateishi Trio’. 단번에 진정이 된다. 그런데 스물스물 잊고 있던 추억들도 떠오른다. 런던에 있는 작은 재즈바에 간 적이 있는데 그 때 마침 뉴욕에서 온 여자 재즈보컬이 공연을 했었다. 음악이 좋아서 CD도 사고 얘기를 나눴는데, 뉴욕.. 하며 또 의식없이 생각이 흐르더니 미국에 살고 있다는 그리운 이들이 이어 떠오른다. 왜 다들 미국에 사는 것일까. 한국이 헬조선이라서? 아니면 정말 아름다운(美) 나라(國)여서?   


태평양 건너 대륙보다 아름답지 않은 것 같은 헬조선이 슬퍼 글을 쓰는 걸 멈추고 턱을 괴었더니, 낮에 뿌린 향수 잔향이 슬며시 퍼진다. 위로가 된다. 정말 사소한 찰나의 순간인데 정말 위로가 된다. 이 향을 소개해준 이도 떠오르면서. 안부도 문득 궁금해지며. 이렇게 저렇게 정말 정처없이 떠돌다보니 한 병을 비워간다. 이 또한 위로가 된다. 플레이리스트도 어느덧 마지막 트랙을 찍은지 오래여서 조금 더 여운을 느끼고 싶어 키스자렛 아저씨께 부탁한다. 한 곡 더 !





사실 별 다른 방법이 없다. 그저 조용히 스스로 위로를 해야 할 순간이 있는 것이다. 누구도 위로가 될 수 없을 때 이렇게 긴 대화를 나누면 되는 것이다. 서로의 방식으로. 맘이 꽤나 가벼워졌다. 술일까, 음악일까, 추억일까, 향수일까. 어쨌든 오늘은 잊고 내일부턴 다시 찾을 수 있겠지 낭만을. 내가 사랑하는 최백호 아저씨 목소리처럼 그득한 삶을 위하여. 마지막 건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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