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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밤

조회 수 576 추천 수 0 2018.01.12 01:4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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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음악보다 공기청정기 소리를 더 좋아하고 즐겨 듣는다. 파란빛 아래 슈우-욱 하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인큐베이터에 있는 듯 평온해진다. 불안을 잠재우는 솔루션의 용도로 제격이다. 이 작은 기계가 어떻게 이 공간을 청정하게 하는지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 붉은빛에서 파란빛으로 바뀌면 괜히 안심된다. ' 내 방에도 하늘이 있다면 아마 푸른 날일꺼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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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틈틈이 내 안에 있는 소년에게 말을 걸어본다. 차를 마시면서, 피아노 연습을 하면서, 책을 읽으면서, 운동하면서 똑-똑 놔크-놔크. 멀어져 가는 소년을 찾으려 할수록 눈물이 많아졌다. 전에는 안 보이던 가여운 것들이 늘었고, 그 모습은 내게서 제일 많이 찾게 되었고. 가여운 녀석. 아직은 사라지지 않은 소년이 멀리서 내게 대답한다. ' 자꾸 물어볼수록 사라질 거야. 의심하지 말고 그냥 믿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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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자를 많이 먹고 있다. 좋아하니까 금방 먹어 치우겠지 싶어 한 상자를 주문해봤는데 많아도 너무 많다. 감자 상자를 보면서 지난겨울의 귤 상자를 떠올렸다. 언젠가 특별한 날도 아닌데 친구는 내게 불쑥 귤 한 상자를 보내왔다. 어떤 마음으로 보냈을지 짐작할 순 없지만, 결코 뻔하지 않게 고마웠다. 마음의 보답으로 귤껍질을 벗겨 낼 때마다 친구의 행복과 건강과 안녕을 위해 잠시 기도했다. 오늘은 삶은 감자 껍질을 까며 기도했다. '감자를 단백질로 가게 할 순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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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엔 데모 쓰는 것도 힘들었는데, 올해는 벌써 데모를 3곡이나 썼다. 피아노 앞에 가면 두려움이 앞섰는데 지금은 마음에 파도가 생긴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긴 걸까, 작은 용기가 생긴 걸까. 이야기가 있는 앨범을 만들고 싶어진다. 싱글이 범람하는 시대에 이런 객기는 큰 에너지 낭비일 수도 있는데, 설레는 까닭은 왜일까. 솔직한 이야기를 담고 싶다. 내 음악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런 얘기를 듣고 싶은 밤이다. "우리 은이~ 하고 싶은 대로 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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