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哀 悼

조회 수 1735 추천 수 0 2014.10.29 04:51:34



여름의 일요일 늦은 오후였다.

일을 끝내고 지하철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 들어오던 그 쯤, 

숙제처럼 쌓아둔 플레이리스트 위에선 그의 새로운 음악들이 흐르고 있었다.


처음엔 그런게 들렸다. 

보컬의 믹스 사운드가 일반적 톤은 아니네?

음.. 스테레오 딜레이를 많이 걸었군. 재밌네.

리버브를 안쓰고 오직 딜레이로 보컬의 공간감을 만들어도 좋을거라고 그러시더니, 그런 믹스를 좋아하시나?

그렇게 버릇처럼 분석하며 음악을 듣다 딱 한 구절의 가사가 쿵 하고 심장을 쳤다.



'다신 제발 아프지말아요'



이어폰을 잠시 뽑고 전화를 걸었다.

'엄마, 식사는 하셨어요? 요즘 컨디션은 .. ?'


얼마 뒤 동생과 가진 술자리에서 그 음악을 틀어주었다.

' 이 노래 여기서 뭔가 딱 오지 ? 딱 이 가사가 요즘 내 맘이다. 건강하자. 아프지말고. '




며칠 전이었다.

그가 의식을 잃었다는 기사로 세상이 뒤덮였다.

수 많은 뉴스들이 오르고 내렸겠지만 내겐 그게 전부였다.


하지만 계속 되는 녹음 스케쥴과 편곡과 믹스들에 쉴 틈이 없었다.

짬짬이 인터넷에서 그의 이름을 검색해보다.. 

도저히 안되겠더라. 

마음이 너무 안좋아서 일단 마무리를 짓고 새벽에 동생을 앉혀두고 다시 술잔을 기울였다.


그리곤, 취기로 작업실에서 노래를 부르다 마지막 곡으로 'here I stand for you' 를 몇 번이고 불렀다.

정말 응원하고 싶었다. 그래서 취한 김에 SNS에도 올렸다. 제발 일어나라고. 

이기적인 이유지만 당신은, 음악 하면서 꼭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었기에. 




어제 오늘, 

하루의 온 시간들을 연주자들과 작업하느라 도저히 그를 온전히 애도할 시간이 없었다.


음악을 만들면서도, 

음악을 하는 삶을 살면서도,

전혀 낭만적이지 않은 시간들이었다.

새벽 4시가 되서야 이제서야 마음을 전해본다.



신해철. 



그는 수 많은 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가질 수 있겠금 좋은 음악을 많이 만든 뮤지션이었고, 

외롭고 약한 이들의 밤을 오랫동안 함께 해주던 디제이였고,

공부할 숙제를 많이 안겨준 훌륭한 선배 뮤지션이었다.


뜻대로 되지 않는, 알 수 없는 이 세상 위에서

정말 열심히 사랑하고, 열심히 행복하고, 열심히 정진해야겠다. 

오늘은 내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니 ..



P.S. 다들 건강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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