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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조회 수 1450 추천 수 0 2016.07.18 21:5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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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3년쯤 되었을까? 떠가고 싶을 때 고민 없이 속초에 가기 시작한게. 누군가 속초가 왜 좋냐고 물어본다면, 일단 차를 타고 서울에서 두어시간만 이동하면 갈 수 있는 거리라 부담이 없고, 바다도 있고 산도 있는 하이브리드적인 장소가 큰 매력이다. 라고 가볍게 얘기하겠지만 그런 무성의한 답변으로는 여행지로서의 매력이 와닿지 않을 것 같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내 사랑 속초의 매력을.


우선, 한 번 가보자. 서울춘천 고속도로를 지나 한참을 가다보면 곧게 솟은 흰 바람개비들이 보이는 지점이 있다. 난 그 때부터가 속초의 초입이라 여긴다. 바람개비들이 돌면서 ‘속초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하며 환영(幻影)의 메세지를 보내는 것 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사실 바람개비를 볼 일이 잘 없지 않은가. 예전에  ‘그려보다’ 란 곡의 가사를 쓸 때, “멈춰 서 있는 바람개비처럼”을 쓰면서 사람들이 바람개비에 대한 이미지를 어떻게 느낄지 궁금해하면서 썼던 기억이 난다. 실물의 커다란 형상에 비해 바람개비란 단어가 좀 작고 가볍게 느껴지는 것 같아서 말이다.  


여튼, 그렇게 바람개비와 인사를 나누고 조금 더 달리다 미시령 터널을 빠져나오는 그 순간, 눈 앞에 설악산의 기암괴석이 나타난다. 몇 단어로 설명하기 힘든 그 장엄한 경관앞에 내뱉게 되는 ‘와...’하는 감탄사는, 속초의 입구에서 지불해야하는 입장요금 같다. 매 번 같은 풍경이지만 매 번 ‘와..’하게 되니 말이다. 이렇게 늘 멋있는 광경처럼 ‘나도 한결같이 또 깊이있게 늙어갈 수 있을까?’하는 잠깐의 사색에 잠기게도 하는 곳을 지나며 들어선다. 속초로.


한화리조트 앞을 지나 속초 도심으로 가기 위한 도로에 접어든다. 속초는 행정구역상 시(市)에 속한다. 시골이 아니라 도시라는 얘기지. 그래서 처음 마주하는 풍경이 결코 시골의 고즈넉한 풍경은 아니다. 하지만 또 도시라고 하기엔 밀도가 높지 않고 삭막함이 부족한게 사실이다. 시골과 도시 사이의 어정쩡한 느낌. 이 것이 속초라는 동네를 몇 단어로 규정하기에 어렵게 만드는 지점이다. 하지만 나중에서야 이 '어정쩡함'에게 고마움을 느끼게 한다. 로컬 여행지에서의 불편함을 여행의 미덕이라며 지불해야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국내에서 이만한 대중적이고 매력적인 여행지가 또 있을까 싶다. 제주도에 견줄만 하지 않나하는 생각도 들만큼. 비슷한 도시로 부산을 들 수 있겠지만, 부산엔 설악산만큼 아름다운 산이 없고, 천진해변과 같은 에메랄드 빛의 바다는 없으니 속초가 분명 한 수 위다. 해운대가 들으면 서운해하겠지만, 어쩌겠는가? 바다는 어떻게 비벼볼 수 있어도 설악산이 없다는건 치명적인데. 


다시 돌아와서. 속초는 작은 도시이다. 그래서 소박하게 즐기는 여행이 어울린다. 뭔가 기대를 갖고 갔을 때보다, 아무 생각없이 떠났을 때 더 좋은 그런 여행지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 서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다보니 근처의 양양과 같은 해변에 힙한 카페와 가게들도 조금씩 생겨나고 있어 머지 않아 속초도 더이상 투박한 매력으로 승부를 하지 않아도 되는 여행지로 탈바꿈할 것 같은 촉도 오고. 


해변의 매력을 얘기해보자면, 속초 시내에서 10분쯤 더가면 속초와 고성사이에 위치한 천진해변이 나온다. 속초해수욕장도 나쁘지 않지만 굳이 이 해변을 이야기 하는 것은 바다의 색 때문이다. 흔히 동해안의 바다를 떠올리면 깊고 짙은 푸른색을 그릴텐데, 이 곳은 마치 따뜻한 남쪽 나라의 바다처럼 에메랄드 빛을 띄고 있다. 제주도의 협재해변과 견주어도 손색없을 만큼 예쁜 색을 가지고 있다. 지난 주에 커피나 한잔하고 발이나 담궈볼까 하며 이 곳을 찾았다가, 깨끗하고 고운 색에 매료되어 주저없이 근처 가게에서 비치팬츠와 티셔츠를 사고 뛰어들었다. 유레카. 이토록 좋을수가. 베프인 황박사와 함께 아이가 된 것처럼 즐겁게 헤엄쳤다. 한 10여년 전에 일본의 모모찌해변에서 같이 헤엄치던 생각도 나면서 최근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온 몸에 짜릿하게 저장되어 있다.  


수영을 하고 나면 배가 고프기 마련. 여행하면 빠질 수 없는 먹거리를 살펴보자. 속초는 바다 옆에 자리한 도시이기 때문에 여지없이 해산물이 풍부하다. 각종 생선구이, 생선회, 물회, 그리고 별미인 곰치국, 대구지리등 말로 해서 뭐할까. 훌륭하다. 또 아바이마을에서 맛볼 수 있는 아바이순대와 오징어순대 그리고 속초의 명물 ‘만석닭강정’ 도. 특히 숙소로 돌아와 맥주와 함께 먹는 닭강정은 속초를 사랑할 수 밖에 없게 한다. 사실 이 모든 곳을 능가하는 곳이 있다. 50년 전통의 김영애 할머니 순두부. 틀림없다. 속초의 순두부가 최고다. 여지껏 여기보다 맛있는 순두부를 먹어본 적이 없다. 정갈하고 깔끔한 밑반찬들만 먹어도 이 곳을 다시 찾게 될 것이다. 동그란 그릇에 담긴 맑고 투명한 순두부를 보고 있으면 절로 내 영(靈)까지 맑아지는 착각도 든다. 순두부 먹으러 속초에 가고 나머지는 덤이었던 때도 있었으니 말 다했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었으니 배도 꺼트릴겸 산으로 한 번 가보자. 암석이 눈같이 희다고 지어진 설악산. 높은 산은 보라고 있는 것이기에 등산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나같은) 이들에게도 힘주어 추천한다. 산의 초입에 위치한 신라 진덕여왕 때부터 이어온 신흥사를 둘러보는 재미도 있고, 신흥사를 나와 조금만 더 올라가면 카페가 하나 나오는데, 거기서 듣는 계곡의 흐르는 물소리가 예술이다. 산을 올라가지 않아도 거기까지만이어도 충분할만큼 좋다. 물론, 올라가면 더 좋은 세상과 가르침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직 등산은 해본 적이 없기에.


혹시 그 잠깐의 산행에 땀이라도 났다면, 온천을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척산온천이라 불리는 곳이 있는데, 오래된 온천이라 시설이 좋다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아주 작은 노천이 있어 그 곳에서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를 실현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물을 좋아하는 내게 여행지에 온천이 있다는 것은 한우 뒤에 +가 하나 더 붙는 것처럼 여행지의 급수가 올라가고, 행복지수가 올라간다. 


공기 좋고 조용하고 아름다운 바다와 멋진 산, 다양한 먹거리와 온천까지. 아무 것도 없는 휑한 곳에서 느린 여행을 하기엔 좀 답답할 것 같고, 번쩍번쩍한 도시는 더 지겹고, 적당히 불편하지 않게 느린 여행을 하고 싶을 때 그럴 때 이 곳은 어떠냐며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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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팟캐스트를 시작했습니다. 평소 친분이 두터운 오은비양이랑 ‘결정장애 연구소’란 이름으로 편안하고 자유로운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핸드폰 어플 ‘팟빵’ 혹은 ‘podcast’에서 검색하신 후 들으실 수 있습니다. 팟캐스트 애청자 중 추첨을 통해 8월에 요긴하게 쓰일 선물도 드릴 예정이니 많은 애청 부탁드립니다. (PC에서 듣기:  http://goo.gl/5hXa0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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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20일 토요일에 열리는 ‘더하고 나누기’ 공연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새 앨범에 수록된 곡들과 처음 부르는 곡들로 구성할 계획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예매와 공연정보는 네이버에서 ‘더하고 나누기’ 검색하시면 쉽게 찾아 오실 수 있습니다. (예매 및 공연정보  : http://goo.gl/GzaB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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