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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하게 사는 법

조회 수 2722 추천 수 0 2016.01.03 11:2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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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벌써 작년이네. 달력과 노트같은 준비물들이 필요했다. 예전같으면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기 위해 범인 수색하듯 온라인쇼핑몰을 뒤졌겠지만 이젠  많은 상품들을 일일이 들여다 보고 있는 것이 스트레스더라. 그래서 잠시 검색을 시도하다 관뒀다. 시쳇말로 정보의 홍수라 말하지 않는가. 그런데 홍수는 재해잖아? 피할 있으면 굳이 겪고 싶지가 않아졌다. 그래서 을밀대도 교보문고를 찾았다. 상품의 종류가 많지 않아  마음에 드는 물건을 샀다고 없지만 대신 배송이 언제올까, 모니터상이랑 실제 상품과의 차이는 어떨까 염려할 일이 없어 일말의 스트레스도 받지 않게 되는 좋은 점이 있었다. (스트레스란 말만 봐도 스트레스가 쌓이니 이후엔 '녀석'로 대체한다)



올해, 아니 그러니까 벌써 작년이지. 처음으로 녀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녀석이 만병의 근원이란 것을 몸소 체험하고 나니 두려움이 생겼기 때문이다. 내가 녀석 관리가 안되는 사람이라니! 심지어 이를 육체적 정신적 데미지를 입지 않고 어떻게 푸는지도 모르고 있었다니! 녀석에 대한 원인분석과 관리가 필요하단 진단을 스스로 내리게 되었다.



우선 음악을 만들고 글을 쓰고 하는 일을 하다보니 선택해야 것들이 아주 많다. 작은 디테일에 대한 집착이 높은 완성도를 만든다 생각해서인지, 악기 톤의 선택에서부터 단어와 조사 그리고 발음까지.. 매 결정마다 고민이 꽤나 무거웠다. 그게 원인이 된건지 언젠가부터 (흔히들 앓고있는) '후천적선택장애 증후군' 심각해지고 있었다. 식사메뉴를 고를 때도 녀석! 물건을 고를 때도 녀석! 선택의 순간순간이 녀석녀석!! 그러니까 큰 녀석은 제쳐두고라도 일상생활 곳곳에 작은 녀석들에 노출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하면 복잡하지 않고 간결하게 살 수 있을까 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은 그렇게 시작이 되었다.





우선 눈에 보이는 것들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작년 옷장 정리를 번이나 했다. 쪽만 남은 양말, 구석에 처박아 속옷, 언젠간 입겠지 싶던 후드, 아껴서 그런건 아닌데 번도 입지 않은 바지, 심지어 말굽부츠까지. 최근에 입은 적이 없으면 모두 쇼핑백에 넣어 의류수거함으로 던졌다. 그런데 아직도 옷장 안엔 옷들이 서로 빽빽하게 등을 기대고 있고, 보다 신발장엔 넣을 공간이 없다. 분명 입을 옷이 없고 신을 신발이 없는 느낌인데 말이다. 버리고 싶다 강렬히. 연말동안 작업데스크와 주변을 정리했다. 무엇을 버려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고민이 된다 싶은건 버렸다. 자비없는 해고에도 살아남은 아이들이 많아서 아직 정리가 되지 않은 느낌이다. 버리고 싶다 완벽히.



물건을 보면 그에 관련된 기억이 떠오르게 마련이다. 에너지를 계량한 적이 없어 몰랐는데 소모되는 에너지가 정말 많았다. 이젠 기억하지 않아도 물건과 기억들이 쓸데없이 연비를 잡아먹고 있었던거지. 그래도 어딘가에 쓸모가 있겠지 했던 기회를 원천봉쇄차단하고 아주 최소한의 물건과 함께 오손도손 지내기로 했다. 그러면 최근 가파르게 감쇠하는 기억력도 밀도 있게 압축되어 살아나지 않을까 싶은 희망도 가져보면서.



그런데 물건 말고도 있더라. 스마트폰. 그러니까 뭔가 계속 확인하고 봐줘야 같은 느낌이 있었는데 원인이 SNS였다. 사실 면밀히 들여다보면 쓰잘데기 없는 정보가 9할은 족히 넘는 그걸 보고 앉아 있었을까. 모르는 사람들의 일상을 일일이 지켜보고 있었을까. 그럴 시간에 가족, 친구들한테 메세지나 한번 보낼껄. 그래서 SNS 폐쇄해버리고 싶었지만 그것마저 안하면 음악을 보여줄 채널이 있을까 싶어 애써 그냥 뒀다. 대신 소극적 반항으로 인스타그램 팔로우를 끊어 보았다. 술김에 벌어진 일이지만 자고 일어나서도 후회되진 않았다. 궁금하면 검색해서 보면 되니까. 확실히 편해졌다. 가용시간도 늘어나고 또  외롭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더 심플한 삶을 영위할 것이. 가볍게 꼭 필요한 것만 챙겨 다소 무심하게 그렇게 살기로 한다. 벌써 3일이 지났다. 바로 지금이 작심삼일을 다시 해야 적기다. 쉬운 사람이 되자고 또 다짐한다. 쉽게 웃고 쉽게 우는 숨기지 않는 솔직한 사람이 되자고 바래본다. 생활도 일도 사랑도 간결하게.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강하게. 잘 챙겨가자 2016. 반가워 병신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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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려서 해가 뜨는 모습을 볼 수 없었던 1월 1일 아침. 


해와 관계없이 새의 아침은 같다. 


약속이나 한 듯 제 시간에 날아가는 무리들. 


자연에게서 또 한 수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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